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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결혼에 대한 엄마의 생각 (Feat.30대 후반 딸)

by Betruth 2020. 3. 24.

엄마가 지난주 나의 결혼을 포기했다고 했다. 처음 듣는 말이라서 속으로는 놀랬지만 나는 마음이 편하다고 답했다.누군가를 억지로 소개해줘도 당사자의 마음이 단단히 닫혀 그 누군가의 아까운 시간을 뺏는 게 미안할 지경이니 이런 나를 엄마도 이해하는 듯했다.

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 또한 한몫했다. 예전에는 가정 불화나 이혼 얘기가 건너 건너의다른 사람 얘기였다면 언제부턴가 가까운 사람의 일로 자주 들려왔다.혹시라도 그 일이 당신 딸에게도 일어날까 봐 예전보다 더 걱정스러워한다.

당신 또한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았으며 그 딸도 고스란히 그 모습을 보며 자랐다.엄마는 나에게 혼자 살 생각이 있다면 미래를 준비하라고 했다.하고 싶은 일 하면서 그냥 살렴..이라고 했다.우리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하다니...

결혼하고픈 사람이 있었지만 하늘나라로 떠났고 "결혼"이라는 단어는 이제 어색하고 낯설기만 하다.그리고 남은 여생을 독립적으로 살기 위한 인생 계획을 쓰게 된다. 그래, 나도 변화했다. 어쩔 수 없이 변했다.긴 연애 기간 동안 많은 걸 남자 친구에게 의존했다. 기대기만 한 여자 친구였다는 반성을 너무나도 많이 한다. 그가 아직 살아있었어도 그와 결혼을 했더라도 그리 살았다면 남자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게 필요한 건 정신적인 독립이 먼저임을 깨닫게 되었다.툴툴 털고 일어나야 할 시기다. 그 사람만큼 좋은 인연을 만나는 행운이 또 있다면 매우 행복하겠지만 큰 희망이나 욕심도 없으며 연연하지 않는다.오로지 나 스스로 다시 한걸음 한걸음 내 인생을 겪고 싶다.온전히 나 스스로 나의 모든 걸 책임질 수 있을 때 우리 엄마는 비로소 아주 편안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그리고 꿈 꿔 본다. 내 조카들은 결혼 때문에 또는 연애나 출산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았음 좋겠다.이 아이들이 커서도 결혼을 해야한다는 연애를 해야한다는 암묵적인 강박의 세상에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원하고 바라는 결혼을 하게 될 때 고모로서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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